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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생각/뜬금없는 감상

국카스텐의 앨범 리뷰를 할 수 없었던 이유

by anyJ 2015. 12. 16.

# 앨범 사진 출처 : Yes24

# 국카스텐 사진 출처 : 국카스텐 공식 홈페이지(http://guckkasten.kr/)

 

한국의 록밴드 국카스텐(Guckkasten)은 사이키델릭 락을 표방하며 2008년 싱글 앨범 국카스텐을 발매한다. 기존의 인디음악들의 듣기 편한 가사와 멜로디를 거부한 채 난해한 가사와 공격적인 멜로디 그리고 시원한 고음으로 가득한 노래로 단숨에 주목해야할 밴드가 되었다. 2008EBS 스페이스 공감 올해의 헬로 루키 대상,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상, 최우수 록 노래 상 및 나는 가수다2의 출연으로 2012MBC 방송연예대상 가수부문 인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디에서 기반을 잡아 서서히 공중파로 진출하고 지금은 전 국민이 아는 밴드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가사는 난해하다 못 해 어렵다. 강렬한 음악아래 머릿속에 강렬한 이미지가 그려지지만 그를 포장하는 가사를 해석하는 방법은 국카스텐의 노래가 끝난 후 혹은 듣기 전에 팀의 보컬이자 작사가인 하현우의 설명을 듣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하현우 본인은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설명하는 가장 정제된 방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팬들도 자기들의 해석을 덧붙이거나 가사를 음으로서 노래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국카스텐의 앨범을 리뷰하기 위해서 어느정도 준비했지만 이들의 음악을 리뷰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먼저 이들의 활동이 직접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몇 편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들의 나타내고자 하는 음악의 시각적인 장치일 뿐이고 모종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이들의 음악을 온전히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악은 가사가 먼저라고 한다. 하현우가 가사를 완성하면 가사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식이다. 즉, 가사의 완벽한 해석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 그리고 미술학도 출신의 하현우 특유의 비주얼 표현 방법으로 곡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2014년 11월에 국카스텐 정규 2집을 내면서도 한 화랑을 빌려 앨범의 제목인 FRAME 전시회를 개최했다. 1집에선 가사카드 통해 노래에 대한 의미를 더 알리려 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겠다.(물론 정규앨범의 가사집에도 전시회에 전시된 그림이 삽화로 실려있다.) 즉,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들은 머릿속에 떠올리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장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냥 자기들의 이야기를 맘대로 떠들고 연주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국카스텐은 인디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중파 방송국까지 데뷔하는 경위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편이었고 그 기회를 아주 잘 살렸다.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국카스텐의 선곡 리스트를 보자면 굉장히 대중 친화적이고 그렇게 불렀던 노래들도 대중들에게 자주 선보이면서 대중에 대한 이들의 생각과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대중들을 등돌리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맘대로 떠들고 연주하는 벤드는 아니란 이야기다.

 

 

그외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국카스텐의 앨범에 실린 곡에 대한 그림 한장 한장이 곡과 연계가 되어있는 만큼 이 그림들 없이는 국카스텐의 노래를 논 할 수 없었을 뿐더러 그 그림 전부를 웹에 올려 리뷰를 한다는 것은 수고로움과 정성을 넘어 가수들의 앨범에 대한 침해라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부분도 한 몫했다. 그래서 글로써 표현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눈과 머릿속의 모든 이미지를 글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실제로 준비를 했었던 리뷰의 한 부분을 옮겨 적어 보면

 

 

Sink Hole (씽크홀)

 

가사 그림에는 얼룩덜룩한 그림 한가운데 검은 잉크가 한 방울씩 떨어져 원을 만든다.

 

마음의 균열이 생겨 검은 구멍 하나를 통해 무의식이 등장했다.

나를 지지하고 있던 굳은 마음가짐이 검은 구멍을 통해 하나 두개씩 빨려 들어가고

곧 나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구멍은 나만을 버려둔 채

내 마음가짐 모든 것을 빨아가고 나는 그 구멍에서 돌아올 수 없는 그것들을 찾으려 한다.

 

한 줄 요약 : 마음의 균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는가? 글쓰기 실력의 한계로 이런 식으로 리뷰가 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국카스텐의 노래는 '이미지'라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왜 이들은 이렇게 불편한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것일까? 아마도 록벤드 특유의 '반항'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도 록밴드 특유의 패기와 반항심을 거부감 들지 않게 잘 보여주었고 이들의 정규 앨범은 모두가 갖고 있는 공감을 형성 할 수 있는 것들을 록 특유의 반항심을 더해 거칠지만 누구나 들을수 있게 표현한 것이다.

국카스텐의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생각해보면 이들은 인간적인 고뇌와 현상들을 보면서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 국카스텐의 싱글 곡 중 하나인 "매니큐어"를 예시를 들자면 가사와 곡의 분위기로 느껴지는 느낌은 "악플러"에 대한 비판과 그들의 잔인함을 말하는 노래인 것으로 들리겠지만 이것은 우리가 "연예인"이란 편견으로 평가한 것이다. 이보다 더 깊게 들어가면 맨 살인 손톱 위에 덮는 매니큐어 같은 "인간이 갖고 있는 이중성" 그리고 매니큐어로도 가릴 수 없는 새로나는 손톱같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제각각의 해석에 대한 설명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카스텐은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고민이나 문제를 은유적이고 함축된 가사로 풀어쓰고 곡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얹으며 시각적인 표현으로 과시한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이들의 메시지가 그려진다. 그리고 각자 떠올리는 이미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하현우는 곡에 대한 설명을 다소 4차원스럽게 곡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만 설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글로 옮길 수 없어 나는 국카스텐의 앨범을 리뷰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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