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고 생각했던 e-스포츠의 조작사건은 끊이지 않고 계속 되었다.
재정상태가 어려웠던 모게임단은 감독까지 나서 조작에 나섰었고
스타2(스타크래프트 2)의 부흥을 이끌 것이란 평가를 받던 선수까지 조작에 가담한 것이 확인되었다.
http://www.gamemeca.com/news/view.php?gid=1059004
참으로 처참한 심정이다. 지인들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스타2를 하는 사람으로서
스타2 리그를 즐겨보는 사람으로서 믿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15년 11월 스타크래프트2의 최종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이 공개되었다. 새로운 유닛과 전략이 탄생했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2016년 3월 노바의 비밀작전이 DLC(DownLoadable Contents, 다운로드 가능한 콘텐츠)로 발매되었다.
이렇게 게이머들이 좋아할 새 소식들이 연이어 터졌지만 스타2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마음 한켠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승부조작으로 의심스러운 정황이 계속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군단의 심장으로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 및 게임 방송사 양대리그가 설립되고 프로리그가 활기를 되찾는 등
스타2도 스타크래프트 만큼이나 성공 가능성이 있고 좋은 게임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찰나였다.
스타2는 LOL(League Of Legends)에 밀려 e-스포츠의 No 1. 인기를 찾아오기는 불가능에 가깝지만
KeSPA와 e-스포츠를 만든 1등 공신인 스타크래프트의 명성을 잇는 그리고 성공 잠재 가능성이 있는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타2의 두번째 확장팩인 군단의 심장 말기부터 세번째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으로 이어지는 그 때
승부조작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스타2의 맥을 완전히 끊고 말았다.
대외적으로 보기에도 승부조작으로 인해 스타2게임단 하나가 통째로 연루되었고 다른 게임단에서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종족별로 2명 혹은 3명의 선수만 보유하게 된것이다. (SK 9명, KT 8명, 진에어 7명, 삼성 8명, 아프리카 9명, MVP 9명)
과거 1군에만 10여명 이상 2군리그까지 따로 치를 정도의 스타크래프트 리그와는 규모면에서 눈에 띄게 하락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 중 하나이며 e-스포츠 초창기부터 팀의 역사를 갖고 있는 CJ Entus는 스타2 프로리그를 5명의 게이머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CJ Entus의 2군은 1.5군이라며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2016 SK 텔레콤 프로리그 2016년 04월 18일 CJ Entus 대 SK Telecom T1과의 프로리그 경기에서 캡쳐]
물론 게임 자체가 진화하면서 사람 수만 많은 스쿼드가 의미 없어진 탓도 있다.
스타2로 열리는 몇몇 대회는 리플레이 파일이 공개된다. IEM, Homestory, Dreamhack 등과 같이 WCS관련 경기는 전부 공개되며
편해진 배틀넷 서칭 시스템으로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게이머들을 특별히 연습상대를 구하지 않아도 레더에서 만날 수 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르게 스타2 배틀넷 레더 1등을 차지한 프로게이머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등
프로와 아마추어와의 장벽이 점점 낮아진 것이다. 굳이 사람이 줄었다고 연습 효율이 낮아진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프로리그에서 다양한 엔트리를 낼 수 있는 선수를 갖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큰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블리자드의 안이한 게임 운영도 스타2의 흥행을 가로 막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제야 게임내 모든 시스템이 정립된 신작게임이기도 하지만 특정 유닛의 강화와 너프가 게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좋게 생각해서 게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그럴수도 있다고 이해하지만 벨런스와 별개로 보기 좋은 게임을 위해
특정 유닛의 콘셉트를 바꿔가며 게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게이머에게 반감을 사고 있다.
한편으로는 WCS체제로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의 리그와 대회 규모 등에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레더 시즌에 사용되는 맵을 사용해야 WCS 산하 대회임을 인정하며 WCS 챔피언쉽에 출전할 기회나 포인트를 주게 된다.
WCS 챔피언쉽은 스타2의 세계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이며 모든 스타2 프로게이머의 선망의 대회이다.
이렇게 리그를 정비한 것까지는 좋지만 레더맵으로 선정된 맵들이 대부분 콘셉트 맵이어서 게임내 벨런스가 무너뜨렸다.
7개의 레더 맵 중 3개를 제외시킬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게임을 즐기는 아마추어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7전제로 결승이랑 4강을 치르는 KeSPA컵은 7개의 레더맵을 전부 사용해야 하며 레더맵으로 WCS 포인트 지급이 결정되는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입장으로서는 맵 벨런스가 매우 중요하지만 보는 재미를 위해서 콘셉트 맵들이 득세하며 오히려 게임의 벨런스를 망친다.
스타크래프트의 본격적인 부흥기는 블리자드가 벨런스 조정을 포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즉, 게임의 내적인 변화가 없음이 공지되자
프로게이머와 게임방송사, KeSPA 간에 긴밀한 협의와 피드백을 통해서 맵이 선정되며 재미있는 경기와 스토리가 탄생한 것이다.
게임 내외적인 변화가 줄고 새로운 시청자가 스타크래프트에 익숙해지는 일도 늘어나면서 스타크래프트는 2007년 절정기를 맞이한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의 벨런스 조정을 포기한지, 약 6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러나 스타2가 나온지 7년이 다되가는 이 시점이 되서야 게임의 모든 확장팩이 나왔고 그동안 많은 패치로 종족의 유불리가 결정되었다.
게임에 적응하려는 찰나 패치로 인해 벨런스가 아예 다시 조정되는 일이 잦았고 이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 선수들도 많았다.
이러한 게임 내외적인 변화가 계속되자 스타크래프트로 명성을 쌓았던 게이머들도 전향 후 고전을 면치 못했고
한 명 두 명씩 은퇴를 선언하며 오히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스타크래프트로 복귀하는 사례가 보편화 되었다.
심지어 최근에 프로게이머에서 은퇴한 이영호는 최근 방송에서 스타크레프트의 부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발언을 할 정도다.
[그림 출처 : 블리자드 공식 홈페이지]
게임 외적으로는 기존의 스타 선수들의 은퇴와 LOL에게 밀린 인기, 선수 수급이 줄어듦으로 생긴 실력 격차
그리고 개임내적으로는 블리자드의 벨런스 패치와 WCS의 잦은 대회방식 교체, WCS 경기 리플레이 파일 공개는 선수들의 피로도를 늘렸고
선수들은 출전 기회가 줄고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자. 승부조작에 손을 대고 만다.
이전의 승부조작 사태를 경함삼아 승부조작 수법이 더욱 치밀해졌으며 안들킬지도 모른다는 마음도 함께 했을 것이다.
조작 선수들이 인터넷 방송으로 복귀해 게임을 계속하는 일이 벌어지자 KeSPA는 조작 게이머의 인터넷 방송을 막아
사실상 프로게이머 제명 후의 생활까지도 자신의 특기를 살릴수 없도록 제제를 가했지만
그것 역시 큰 돈이 한번에 들어오는 유혹을 이겨 낼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영원히 뿌리 뽑을 수 없는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충격이다. 좋아하는 게이머가 연루된 것도 있지만 스타2리그에 대한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허의 유산으로 진행된 GSL과 S2SL의 리그 수준은 8강 정도가 진행 되어야 프로급의 경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직 평준화가 되지 않았다.
레더에서는 게임을 즐기기 힘든 요소들이 가득한 레더 맵들이 많다. 프로리그에서 새 얼굴 찾기도 힘들다.
가장 맘이 아픈 것은 좋아하는 게이머의 플레이를 따라하며 쌓아온 내 실력과 게임운영을 보면 조작 게이머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조작 게이머의 플레이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아니라. 이젠 스타2 리그 자체를 믿기 힘들어졌다.
물론 스타2 프로리그 개인리그를 드문드문 보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젠 군단의 심장 시절 인기를 찾기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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