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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생각/아님말고

한국형 포켓몬 GO는 절대 나올 수 없다.

by anyJ 2016. 7. 13.

2016년 07월 07일 미국에서는 아주 익숙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2014년 만우절 이벤트로 기획되었던 증강현실을 응용한 포켓몬스터 게임이 휴대전화로 즐길 수 있게 출시된 것이다.

 

구글의 지도를 이용하여 실제 장소에 숨어있는 포켓몬을 잡고 캐릭터를 키우면서 게임을 즐기는 이 게임은

 

발매한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포켓몬 GO (이하 "고켓몬")의 이야기다.

 

2016년 07월 12일 우리나라의 속초에서 국내에서는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는 고켓몬이 플레이 된다는 소식은

 

하루종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강타했으며 게임 BJ들도 서둘러 속초로 떠나 고켓몬을 즐길 정도이다.

 

 

 

2009년 당시 대통령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왜 한국에는 닌텐도 같은 걸 못 만드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1994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부흥을 이루자 유래없이 미디어 산업쪽에 어마어마한 투자가 시작되었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돌아온 영웅 홍길동", "슈퍼 차일드" 같은 애니메이션이 개봉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현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성과물이 없다.

 

근래 들어서야 이제 겨우 시작하는 느낌의 콘텐츠만이 있을 뿐이다.

 

왜 그럴까? 결론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재미있는 건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분서갱유(焚書坑儒)라고 들어봤는가? 기원전 212년 진시황이 사상통일을 위해 책을 불지르고 학자들을 산채로 구덩이에 파묻은 일이다.

 

이러한 분서갱유가 20세기 한국에서도 이뤄졌다. 그 대상은 만화책이었고 실제로 학교에서는 만화책을 불태웠으며

 

만화가들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었다. 이러한 시련과 고통을 딛고 명맥을 겨우 유지한 한국 만화가들도 그리 넉넉하진 않았다.

 

90년대 후반까지도 만화에 대해 검열이 이뤄지던 시기였으니 한국만화의 뿌리가 건강하게 내릴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일본처럼을 외치며 그나마 남아있는 한국만화의 모습만 빌린

 

일본만화를 모방한 듯한 작품들이 등장했으니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그 중에서 만화로 시작, 80년대 TV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해서 뿌리가 튼튼한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만이 흥행에 성공했다.

 

 

1998년 한국에는 "스타크레프트(Starcraft)"라는 게임이 들어오게 된다. PC방이라는 신종사업이 생겨났고

 

게임방송국이 개국되는 등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새로운 문화가 되어갔다.

 

한국의 스타크레프트를 꿈꾸며 혹은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킹 덤 언더 파이어", "바람의 나라" 등 괜찮은 게임이 등장했다. 그리고 IT붐에 편승해

 

온라인 게임을 이용한 수익도 문화 콘텐츠 부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던 그 순간이다.

 

2011년 청소년 보호법 26조 일명 "셧다운제"가 시행되었고 뒤이어

 

2013년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동일시 하는 발언과 함께 게임중독방지법 이라는 이명으로 게임에도 손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6년이 된 지금까지도 게임을 유해물로 지정하려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어떠했나? 물론 일본도 국가차원에서 만화 애니메이션을 육성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들은 깊은 존경과 함께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시작했고

 

그들만의 제작노하우와 그림체, 스토리를 정립시키고 그것을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이 먼저 소개되고 원작인 만화가 이끌기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했다. 게임이 만화가 되기도 하고 만화가 게임이 되기도 했다.

 

아톰으로 시작한 이들의 성공신화는 지금까지도 명맥이 잘 이어지고 있다.

 

순수히 게임만으로 성공한 것 같은 닌텐도 역시 슈퍼마리오, 포켓몬 등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으로도 자신의 창작품을 뽐내고 있다.

 

물론 지금의 일본에서 인기있는 작품들의 갈라파고스화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벗어날 만한 맷집과 체력을 갖고 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하고 있다.

 

얼마전 리뷰한 글에서 개인적으로 닌텐도의 폐쇄적인 운영이 돋보이는 게임기라고 평했지만 그들이 스마트폰에 손을 뻗자

[괴짜생각/개인의 취향] - [N3DSXL] 뉴 닌텐도 3DS XL로 보는 닌텐도사(社)

 

이렇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들이 갖고 있는 문화의 저력은 세대가 변하고 게임기가 바뀌어도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뿅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다. 비슷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행"을 쫒는 "일시적인" 것이다.

 

 

 

2016년 상반기를 뒤흔든 알파고와 이세돌의 5번기 대국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괴짜생각/아님말고] - 알파고의 미래?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바둑 실력자가 무너져서가 아니라 컴퓨터와 인간이 맞바둑을 둬서 이기는게 생각보다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이다.

 

국내의 유수의 바둑 프로그램 회사들도 당연히 충격을 받았으며 "인공지능"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구글 딥마인드사는 왜 바둑을 선택했던 것인가? 바둑은 그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만 하는 게임 아닌가?

 

답은 간단하다. "게임은 외부활동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재미를 쫒아" 이들은 "학습을 통해 프로기사를 이기는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것이다.

 

알파고를 통해 다듬어진 알고리즘은 분명 인간을 대신해서 일할 다른 곳에 응용될 것이다.

 

재미의 건전한 발전을 계속해서 유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탄압과 규제를 반복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 다르다.

 

 

작년부터 서울에서 멍때리기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말그대로 누가 제일 멍~하게 앉아있느냐를 가리는 대회다.

 

모든 상황을 손바닥 안의 작은 기기로 해결할 수 있는 얽혀있는 삶에서 벗어나길 소망하는 이 대회는 우리의 지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것들을 즐기는 문화가 죄악시되는 우리의 문화태도는 수차례 좋은 기회를 다 허공에 띄워버렸다.

 

어렵게 기형적으로 성공하는 문화, 한국에서 시작하는 문화는 각종규제로 족쇄를 채운다.

 

그 덕분에 한국내에서도 문제가 곪고 있다.

 

돈으로 등급이 정해져버리는 게임, 운이 모든 걸 지배하는 게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창작물, 일러스트 트레이싱, 투자한 금액이 의심스러운 애니메이션

 

우리나라의 그림체가 사라져가는 만화, 명맥이 끊기기만 하는 과거의 인기작들

 

유명 콘텐츠만 가져온 체 방치되는 작품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즐기는 법을 잊었다."

 

어린이가 귀여운 몬스터를 사냥하는 만화나 게임을 만들기 위한 "상상력"은 죄악이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5km를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해야하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 콘텐츠"는 없다.

 

재미를 만들기 위한 "휴식"은 대회가 있어야 할 수 있다.

 

 

한국형 포켓몬 GO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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