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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생각/뜬금없는 감상

슈퍼 히어로를 보는 두 가지 관점 (DC vs 마블)

by anyJ 2019. 4. 22.

# 본 게시물은 DC와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의 스포일러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슈퍼 히어로 영화가 극장가를 점령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유독 슈퍼 히어로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박했던 우리나라의 사정에도 미국산 만화를 원작으로한 영화가 DC의 배트맨 시리즈인 "다크 나이트"의 초대박 흥행으로 조금씩 슈퍼 히어로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하더니 화려한 CGI, 한계를 넘나드는 영화적 표현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긴 시리즈로 이어졌으며 가장 최근에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기다리는 광품이 몰아치고 있다.

이들의 원작인 미국의 슈퍼 히어로 만화의 양대산맥을 DC comics(이하 'DC')와 Marvel comics(이하 '마블')로 부른다.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이 이 두 개의 만화사의 유명작품들이다. 워낙 미국적인 색채를 띄고 있던 만화들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만 알던" 그 만화들이 지금은 천만관객을 불러오는 대중적인 영화가 된 것이다. 영화 내부적으로 미국적인 색채를 조금 줄인 것과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끈 영화적 표현은 둘째치더라도 똑같이 만화책에서 움직이던 인물들을 실사로 꺼낸것은 양 만화사 전부 같다. 그렇지만 흥행과 표현방식 전부 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DC와 마블 이 두 만화사의 영화 표현방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슈퍼 히어로 영화를 가리지 않고 틀어주는 국내 영화 채널들을 통해서 편견없이 몇몇 작품들을 반복해서 봤다. 기억에 남기론 원더우먼과 토르: 라그나로크는 4번 이상씩 본거 같다. 비단 이 두 작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될때마다 수차례 시청하였다. 그 결과 두 만화사는 실사화를 위해서 '낭만'을 다루는 차이가 이 두 만화사의 영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2차세계대전을 다른 유명 전쟁 드라마 시리즈가 있다. HBO에서 제작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이하 'BOB')"와 "퍼시픽"이다. BOB는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에 맞선 미국의 이지중대의 유럽 입성기를 그리고 있고 퍼시픽은 태평양에서 일본과 전투를 벌이는 여정을 다루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두 드라마는 제작사가 같음에도 불과하고 전쟁에 대한 시각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전쟁영웅이 등장하는 BOB와 피폐해진 개인만 남은 퍼시픽이다. 

 

1. 우리의 낭만을 방해하지 말라.

BOB는 전쟁영웅들을 다루고 있다. 동명의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지 중대의 영웅담과 용맹함이 이 작품을 꾸미고 있으며 심지어 활약을 조명하기 힘든 의무병에 대한 에피소드는 창작을 하여 추가하였음에도 BOB의 에피소드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작품 간간히 전쟁의 처참함과 잘못됨을 넣지만 이것은 이지중대의 행동이 자신들의 멋짐과 이득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정의와 올바름을 위한 투쟁이었음을 나타내는 표현기법으로 주로 등장한다. 

마블의 영화가 이런식이다.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켜야한다."는 토니 스타크의 깨달음을 시작으로 스타트를 끊은 "아이언맨"은 마블의 영화 시리즈가 계속됨에 따라 '낭만'에 대한 도전을 받는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의 과거 업보에 대한 도전,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는 조국을 위한 투쟁에 대한 모순, 토르는 힘으로 지켜야할 것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적인 시선인 어벤져스에서는 "영웅들의 활약의 이면" 이라는 공통적인 도전이 들어있다. 

슈퍼 히어로 각자의 고뇌가 간간히 등장하는 "어벤져스", 영웅들의 행위와 존재 자체의 모순을 지적하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타노스의 이상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어벤져스의 싸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인것이다. 낭만에 대한 도전은 마블의 다른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찍부터 타노스와 투쟁을 시작한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너무나 강력한 힘이기 때문에 세상을 위해 숨겨야 하는 "앤트맨", 슈퍼 히어로에 대한 정면도전 "블랙팬서",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닥터 스트레인지", 내 이웃을 돌보는 히어로 "스파이더 맨"의 이야기가 그렇다.

낭만을 지키기 위한 희생과 피해는 영화에서 그렇게 부각되지 않는다. 누구에겐 평화가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겐 날벼락인 결과는 영화적 허용과 주인공의 자기 성장 그리고 주인공의 적대적인 인물이 도맡음으로서 적절한 가벼움과 오락성을 보장한 것이다. 

 

2. 영웅이 낭만이 없는 현실로 떨어진다면?


퍼시픽은 태평양에서 펼쳐지는 미군의 처절한 전투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BOB와 마찬가지로 승전했고 전투에서 살아남았으며 죽은이에게는 전설의 칭호와 함께 영웅으로서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살아남은 주인공은 그렇게 평화롭지 못하다. 그가 나약하거나 용감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전쟁에 오염된 정신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쟁 그 자체를 묘사하고 개인이 받는 어려움과 고통을 여과없이 표현했다. 드라마지만 현실을 조명한 것이다.

DC의 슈퍼 히어로 영화가 그렇다. 마블의 흥행에 자극을 받아 제작된 영화들은 하나 같이 낭만에 대한 도전을 기본으로 삼았다. 강력하고 선하지만 그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하는 사회의 시선을 담은 "맨 오브 스틸", 슈퍼 히어로의 강력한 힘을 이용하려는 인간의 욕망 "배트맨 대 슈퍼맨", 강력한 힘을 통제하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인간의 선함을 믿지만 그것만으론 전쟁을 없앨수 없는 "원더우먼"이 있다.

심지어 존재를 숨기는 것으로 슈퍼 히어로를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시선과 영화 자체의 심각함을 숨길 수도 있었지만 이런 것들을 더욱 부각시켜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슈퍼 히어로의 선의는 악의를 숨기기 위한 위장에 불과하던가 이미 선의의 부작용을 더욱 부각시켜 두려움으로 인간들을 조종하려는 요소로 사용한다던가 말이다.

낭만 따위는 없다. 영화는 현실을 조명하기 위해서 애썼고 흥행의 어려움으로 이어지자 현실과 동 떨어진 이야기들도 조금씩 선회하려고 하지만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그들의 능력을 여전히 두려워한다. 오히려 선의의 수혜자들보다 피해자들을 더욱 크게 조명하고 있다.

 

슈퍼 히어로에 대한 두 가지 시선에 대한 장, 단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관객들의 선택은 낭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블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단순히 그 시절의 낭만을 떠올리며 선택했다고 하기엔 그 시절의 낭만을 모르는 우리나라에서도 낭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물론 낭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적절한 개연성,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리는 연출 등 많은 것들이 있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에 대한 이 두 가지 접근은 지금의 우리에게 각자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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