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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탐방/신세기 에반게리온

2025년 에바를 꼭 봐야 하는가? (파)

by anyJ 2025. 1. 24.

부제 :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대한 AT필드

 

1. 에바에 대한 간단한 감상

TV판 에바를 보고 난 당시의 일본 에니메이션 감독들의 혹평은 일관적이다. “연출을 제외하곤 볼 게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그리고 토미노 요시유키와 같은 거장들의 입장이다. 이런 인색한 평가에 대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고 에바를 누군가에게 추천하기 부담스러운 이유를 가장 쉽게 대표하는 것이다. 실제로 에바는 단 한번만 보고 지나칠지도 모르는 TV 시리즈가 그 시작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가정용 비디오를 통해서 녹화 감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한 번만 본다. 할 순 없고 비디오나 DVD 등으로 발매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TV 시리즈라는 것은 처음 보거나 한 번 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와 공감을 그린 좋은 작품이 성공하기 더 쉬운 것 역시 사실이고 그런 작품을 비디오나 DVD로 구매되어 두고두고 감상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더 상업적이고 상식적인 업계이다. 에바 TV판은 인기가 없으면 그걸로 끝인 TV라는 매체의 특성을 가졌음에도 작품 전체적으로 난해한 말들과 파격적인 연출 그리고 파편적인 메시지 전달 등으로 시청자에게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그래서 에바를 둘러싼 수많은 감상법들이 있고 접근법이 있는 등 각자의 생각을 펼치는 나래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에바의 감상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주인공인 이카리 신지의 입장만 보면 된다. 그렇게 하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 사도가 쳐들어오고 에바는 무언가의 복제고 검은 달이 어쩌고저쩌고 가프의 방이 열린다는 등 이런 것에 대해 설명이 파편적인 이유는 그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신지 본인도 조금은 알고 있지만 그게 나랑 뭔 상관이냐는 생각으로 인간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통한 괴로움과 소통의 어려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행동의 당위성을 표현하기 위한 곁가지라고 봐야하는 것이다. , 신지는 시청자와 가장 비슷한 인물이다. 신지가 극의 중심일 때는 커다랗게 감정을 표현하고 반응하며, 주변 등장인물이 극의 중심으로 사연을 보여줄 때 신지가 보여주는 평범한 행동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신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예를 들자면 TV판의 아스카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될 때 신지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파일럿의 임무 그리고 심지어 레이와의 관계까지도 괜찮아 보이는 모습을 아스카의 시선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게 아스카 자신에게 몰입이 되었기 때문에 타인인 신지가 다 잘 지내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청자인 신지의 입장은 본인에게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고 (혹은 신지가 못 알아듣게 표현을 한다던가.) 그냥 단순히 원래 저런 애 혹은 저러다 말겠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애니탐방/신세기 에반게리온] - [구자료] 아스카 누가 그녀를 이렇게...

 

[구자료] 아스카 누가 그녀를 이렇게...

아스카는 24화에서 폐인이 된 상태로 정보부에 발견이 되어 극장판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습니다 (뒤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신지의 생각일 뿐 대략 에바의 줄거리는 이 순서입니다 24화~ 극장판

anythingj.tistory.com

 

TV판의 최종화도 결국 신지가 사람과 소통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며 끝나고 자신의 틀을 깨고 한층 성숙해진 소년에게 축하한다고 기념하는 아주 평범한 앤딩이다. 에바는 그렇게 복잡한 작품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비슷하다. 자신이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어려운 말과 행동 그리고 때로는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설득을 시도하기도 한다. 에바를 조종하라는 단순한 임무와 조금은 복잡한 작동 방법, 수수께끼의 조직에서 일하는 거 같은 모습은 사실 평범한 사회인이라도 다소의 차이가 있겠지만 비슷하다. 그건 미사토처럼 어른이 되어도, 아스카 같은 천재도, 같은 반의 친구들도, 레이와 같이 묵묵히 일하는 동료도, 카지 같은 스파이도, 리츠코 같은 조직의 핵심 인재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배경에 대해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한 것인데 본편에서 상당히 불친절하기도 하다. 그에 대한 보강은 위의 영상(에반게리온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동영상 구) 정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 이상은 사실 어찌되도 좋은 것 뿐이다. 굳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의 성장배경과 그 집의 숟가락 숫자를 알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더 간단하게 우리가 TV를 산다고 해서 TV에 들어간 각 부품의 원산지와 제조 기술을 보고 실제 실현 가능한 기술인지 부품 단위로 실험하면서 제품을 고르지 않고 그냥 봤을 때 허락하는 예산안에서 좋아보이는 제품을 고르듯이 말이다. 혹은 최신의 제품보다도 그냥 자기 맘에 드는 전시장 구석에 있는 몇 년 지난 TV를 고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인간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TV 매장의 직원은 이해가 안 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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