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즈 소설은 전체적으로 영화와 흐름이 같다. 하지만 영화보다는 디테일한 설정이나 묘사가 추가되었다. 원더풀 데이즈 영화에서 잠깐 나오던 의문점들이 소설을 통해서 하나 둘 씩 그 장면을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묘사들도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린 수하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에코반을 탈출하는 장면과 에코반을 설명하고 묘사한 부분 그리고 마르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화면에 더 담겼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수하와 제이의 사랑에 대한 묘사는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졌다. 영화에서 몇 번 나오지도 않고 대사도 거의 없이 지나가던 장님소녀 카렌과 우디의 애완동물도 소설 상에서도 여전히 분량이 거의 없어서 왜 만든 캐릭터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Making book에서도 영화상에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시각적인 묘사와 뒷 설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서 글로 묘사된 것들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원더풀 데이즈 특유의 방대한 설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운 점들을 토로하기도 하고 처절했던 원더풀 데이즈의 제작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Making book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영화 일지인데 새로운 시도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느라 각종 시행착오에 어려워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제작진의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영화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열의가 돋보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노하우와 시행착오를 공개하면서 자신들의 뒤를 이을 애니메이터들에게 순탄하게 가는 길을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궁금해 하는 독자나 관련 직종 사람들에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원더풀 데이즈 DVD에 실린 방대한 제작후기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감독, 성우 외에도 특수효과 등 스텝들과 제작자에 대한 작업기도 쓰여 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개발하기 전에 한 사전 조사인데 흥미롭게도 원더풀 데이즈는 당시 열악했던 한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94년 작인 블루시걸부터 99년도 개봉한 철인 사천왕까지 국내의 상영관과 관객 수를 집계했고 원더풀 데이즈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블루시걸이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은 해당 년도 10걸에 들 정도로 흥행을 했지만 국내 애니메이션 기획사의 배급이나 마케팅 부족으로 판단해서 실제로 원더풀 데이즈를 안본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게끔 홍보에 신경을 썼다. 한국 영화의 제작비용을 비교하여 원더풀 데이즈의 많은 제작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열악한 기반과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정말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들자! 는 열정이 느껴지는 부분이긴 했지만 이것이 한편으로는 큰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길어지는 제작기한에 스태프와 감독 그리고 스폰서까지 서서히 지쳐가며 집중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길어지는 제작기한만큼이나 스토리도 흔들리기 시작하는 데 김문생 감독의 넘치는 아이디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PD가 없었던 점은 원더풀 데이즈가 알맹이 없는 과실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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