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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탐방/조각 탐방

[원더풀 데이즈(4)] 도전인가? 실패인가?

by anyJ 2017. 8. 11.

 

지금까지 원더풀 데이즈란 이름으로 나온 모든 저작물들을 한번 돌아봤다. 원더풀 데이즈의 제작진들이 독자에게 혹은 자신들의 작품을 구매해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하는 점은 확실하게 알 것 같다.

 

"우리는 거창한 계획을 갖고 시작했지만 그 계획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일단 원더풀 데이즈 영화 자체는 사람들이 혹평하는 것 만큼 엉망이진 않았다. 주연들의 연기도 자연스러운 조연 성우들의 연기력을 비춰 생각해본다면 "의도된" 건조한 연기일 가능성이 높으며 영화의 배경과 어느정도 어울리긴 했지만 수아와 제이의 감정선도 같이 건조해지면서 어색해진것 역시 사실이다.

 

동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멋진 장면들을 쭉쭉 잘 뽑아냈고 캐릭터들의 동화는 조금 아쉽지만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있게 보였다. 15년이 다되어 가는 애니메이션이면서도 뛰어난 영상미로 재조명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영상미로는 극한을 뽑아냈다고 자부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역시 스토리와 설정을 화면에 담는 노하우와 기술은 형편없다. 에코반의 설정의 반도 표현 못하는 부분과 주연들의 이해가 안가는 러브 스토리 그리고 쓸데없는 등장인물들의 등장까지 무엇하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실한 스토리"를 아주 자세하고 과정별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스토리를 보강해 줄 것이라 생각한 "소설"도 사실은 영화로 못보여준 설정을 잠깐 언급하는 정도이고 "메이킹 북" 역시 "설정"만을 강조하고 표류하는 제작진의 일지를 공개하며 이 영화의 실패를 책임감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극의 흐름인 스토리가 제작하면서 설정 때문에 계속 흔들리고 그러는 사이 제작과정이 점점 길어지면서 그에 맞춰 촬영기술의 발전은 계속 이뤄졌고 애니메이션의 기본 설정과 아이디어의 유통기한까지 점점 다해가기 시작했다. 즉, 7년이란 제작기간은 너무 길었으며 당시 돋보이던 아이디어와 설정이 식상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스카이넷을 위시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이야기가 재작년까진 시시했을지 모르고 그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도 오래된 영화 취급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알파고"가 득세한 작년이라면 어쩌면 괜찮은 소재의 아이디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더풀 데이즈의 히로인인 "제이"의 디자인도 제작기간 중 발표된 일본의 다른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과 이미지가 매우 흡사해서 디자인을 바꾸었다. 또한 2D+실사란 기술 역시 원더풀 데이즈가 발표된 당시에는 3D 애니메이션의 표현 질이 매우 좋아져 크게 차이점을 느끼기 힘든 것도 있었다. 그렇지만 실사 특유의 중량감을 표현하는 법은 매우 뛰어났다.

 

그리고 제작의 파이프 라인 역시 매우 헝크러졌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제작비가 늘어남은 물론이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스토리만 몇년씩 고치며 기틀을 잘 잡는다. 그리고 완성된 스토리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다.

 

물론 제작과정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거나 나은 표현방법이 생각난다면 수정을 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스토리의 틀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유명 애니메이션인 "주토피아"를 예로 든다면 본래 차별에 대한 메시지 전파라는 큰 틀은 같지만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바꿔 기획단계의 어두운 애니메이션에서 밝은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물론 디즈니의 자본, 인력과 원더풀 데이즈 제작사의 자본, 인력을 바로 비교하기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제는 "영상이 멋지면서 기본에 충실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작한 "스토리가 빈약한 애니메이션"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원더풀 데이즈는 많은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에코반의 설정이 영화내에서 많이 표현되지 않는다면 더 단순화 시키고 그 빈 공간에 다른 요소를 채웠어야 했고 조금은 뻔한 스토리의 내용의 영화를 만들더라도 개연성을 잊어서는 안되며 만약 시간이 모자란다면 과감하게 제외시켰어야 했다.

 

감독이 자신의 세계에 빠져 마구 폭주하고 무리한 작업을 진행시킬 때는 그를 만류해줘야할 제작자가 필요하고 제한된 시간내에 자신들의 역량을 모두 쏟아낼 "선택과 집중"도 영화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결정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제작시간이 길어지고 감독을 포함한 모든 제작진들이 원더풀 데이즈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원더풀 데이즈는 실패한 도전이다. 흥행으로도 영화 자체적인 완성도도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원더풀 데이즈가 남긴 실패한 기록들은 애니메이션 이상의 가치가 있지만 원더풀 데이즈 라는 성공을 기대한 도전이 실패로 마무리되자 원더풀 데이즈가 준 가장 큰 유산도 깎여나갔다.

 

하지만 이들이 남긴 실패에 대한 기록은 분명 굉장히 용기있는 행동이다. 후배 애니메이터들에게 혹은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록은 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의 참고 자료로서는 최고의 가치를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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