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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생각/스포츠

감독 잔혹사로 보는 2014 한국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by anyJ 2014. 6. 27.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은 짐을 싸고 말았습니다. 잘 싸웠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안 풀렸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고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경기력이었는데요. 이미 이러한 예상은 2010년에 감독으로 취임한 조광래 감독의 경질로부터 예견되었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취임부터 꽤 파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당시 대세였던 바르셀로나의 패싱 축구를 한국 대표팀에 이식하려고 했던 것이지요. 실제로 경남 FC시절 조광래 감독은 이러한 패싱 축구를 자주 시도했고 경남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에 좋은 방향으로 흐르길 바랐습니다만 조광래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해서 팀을 천천히변화시킬 생각이었고 변화의 부침을 겪던 중 결국 2011년 감독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패싱 플레이를 중요시하기도 했지만 언론에게 굉장히 친절한 감독이기도 했다.]

 


조광래 감독의 뒤를 이어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억지로(!) 자리에 앉게 됩니다. 최강희 감독은 이미 취임초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한국 대표 팀을 올려놓고 전북으로 돌아가겠다.” 고 이미 공언한 상태였으며 그 과정이 꽤 험난했지만 심플한 콘셉트의 전략과 K리그 위주의 팀 구성으로 대표팀을 지휘한 최강희 감독은 일부 대표팀 선수들의 SNS항명을 뒤로 한 체 2013년 브라질 월드컵을 약 1년 남겨두고 감독직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SNS 항명사건은 최강희 감독이 시발점이 아니었고 최강희 감독은 어느정도 봉합에 성공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는 최강희 감독을 연임시킬 생각이었던 건지, 후임 감독 임명에 시간을 약 10여 일간 할애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40624일 지금의 국가대표감독인 홍명보 감독이 취임하게 됩니다.

국내 감독으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추억을 되살리며 잘해낼 것으로 기대가 되었던 홍명보 감독은 실상은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SNS항명으로 인한 팀 분위기저하 및 분열, 2명의 감독을 거쳐 오면서 팀 전술의 와해 및 선수기용의 어려움, 그리고 오랫동안 21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어오면서 팀을 만들고 꾸려왔던 것과는 달리 성인 선수들에 대한 파악 부족이 이번 월드컵의 부진을 예고한 꼴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많은 수의 평가전을 치러낸 것도 아니어서 이전에 선발된 K리거의 활약상을 직접 눈으로 파악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거기에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선수들의 부진이 겹치면서 홍명보 감독은 아마 월드컵 준비기간 내내 쩔쩔 매었을 것입니다. 결국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인 동메달 멤버들을 중심으로 보강하는 차원에서 K리그 선수들을 기용했고 선수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 again 2012년을 꿈꾸며 홍명보호는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닻을 올림과 동시에 배에 가득찬 물들을 빼는 작업을 실시합니다.


[내 외부적으로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그만큼 선수 상태 파악이나 전술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월드컵은 세계적인 명장들이 즐비한 곳입니다. 같은 국적을 가진 선수들을 최대한 이용해서 전술을 짜내야하고 약 한 달간 펼쳐지는 일정이 치밀한 단기전이므로 선수들의 체력, 몸 상태, 특기 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지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미 2012년 올림픽에서 사용했던 전술의 큰 틀에서 변화하는 게 없을 수밖에 없는데다가 선수들의 상태도 좋지 않고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경기력까지 떨어지는 상황이었으니 월드컵에서의 부진이 예견된 상황이었습니다. 홍명보 감독 본인도 갖고 있는 전술적 카드가 많지 않은 초보 감독인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

2008년부터 스페인에서 불어온 패싱 축구는 세계의 축구흐름을 선도했습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전부터 패싱 축구를 추구하는 일본은 2010년대 들어서 이 흐름에 맞게 진일보 하였고 아시아 최고 팀이라는 찬사를 얻게 됩니다. 반면 한국 축구 대표 팀은 이러한 축구철학이 부족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을 계속 신임해서 새로운 색깔이 뚜렷한 팀을 만드는 데에도 실패했고, 감독직을 고사한 감독에게 억지로 앉혀 과정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냈으며, 과거 선수로서 평판이 좋았던 전도유망한 초보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입니다.

한국 축구는 예로부터 강력한 윙을 기반으로 한 역습 공격과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하는 특징을 가진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패싱 축구로 변화하면서 한국 특유의 빠른 공격은 어느덧 사라지고 역습상황에서도 공을 돌리고 슛을 때릴 때 패스하고 패스할 때 슛을 때리는 팀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시원하게 치고나가 간결한 연결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던 그 시절 한국 축구가 그리워지는 2014년 한국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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