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는 “독특함”을 내세우는 그룹이면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특유의 고급화전략과 맞물려 그룹특유의 색체에 살짝 변화를 준 것이 바로 f(x)의 정규 2집 “Pink Tape”이다. 하지만 너무 큰 변화는 대중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멤버들의 변화와 앨범의 콘셉트를 “Art film”으로 먼저 선보였다. 흔히 이야기하는 티저 영상과는 다른 형식과 내용을 가진 영상이며 나중에야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Art film에 쓰인 노래는 f(x)의 타이틀곡마저 아니었다. 그만큼 그들이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다. 후에 f(x)는 타이틀곡 “첫사링니”의 티저 영상을 공개했지만 그 영상은 노래의 하이라이트와 맴버들의 변화한 컨셉을 잠깐 보여준 정도였다.
지난 정규앨범 1집에서도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에 빗대고 발음이 쉬운 생소한 단어 선택으로 인해 독특한 느낌을 주어 그들의 개성을 살렸지만 f(x) 정규 2집 “Pink Tape”는 “어린 소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을 “음란마귀”로 해석해도 걸 그룹의 의례적인 통과의식인 “성인식”에 대입하면 그럴싸해지기 때문에 f(x)는 자신들의 콘셉트를 이해시켜줄만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무언가가 ‘Art film’이다. 미성년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광범위하게 해석될 f(x)의 음악을 해석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사랑은 존재하지만 영원하진 않다
연인들의 사랑은 사랑이 처음 온 순간 확신한다.
심리학적으론 이상(lunacy), 허무, 공포, 망상이 계속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을 원하고 있다.
나는 내 뒤에 숨어 대답하길 미룰 거다.
영상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크리스탈의 내레이션에 대한 해석은 대략적으로 위와 같다. 내레이션이 진행되는 동안 상징적인 자연경관을 보여주며 사랑은 그와 같이 존재하지만 영원하지 않으며 보는 순간 확신을 하게 된다(00:08초 까지).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라고 내레이션이 다시 시작되면서 하얀 옷을 입은 이의 위에 비치는 꽃 무늬(Lunacy, 광기, 정신이상), 그리고 허공에 떠있는 상어(허무와 공포), 그리고 하얀 빛(계속 됨)과 누군가의 신체(망상)를 비춘다(00:18초 까지). 그리고 나는 이것(이상적 사랑)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향을 피우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대답하길 미룬다며 내레이션이 마무리 되고 있다.
내레이션에서는 “심리학적으로”라는 말이 들어가 있고 화자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대답은 숨어서 대답하길 미룬다고 한다. 간추려 이야기하자면 “정신적 사랑”을 갈구하고 원하지만 “그 외의 사랑(나머지 대답)”은 자신의 사랑이 성숙해질 때까지 대답을 미루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그 외의 사랑”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정신적 사랑”과 대립되는 “육체적인 사랑”을 지칭하는 것 일수도 있고 “사랑에 대한 구체적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해석의 여부가 모호한 “그 외의 사랑에 대해 대답하기를 미룰 것”에 대한 정체는 이들의 앨범 속에 담겨 있을 것이라고 봐야겠다.
이들은 “정신적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있으며 “음란마귀”가 떠오를 만한 묘사는 f(x)가 어른으로서 사랑에 대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진지하게 접근한다는 간접적 표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르게 음악 외적으로 생각해보면 f(x)의 주요 팬들은 10대~20대 초반으로 이뤄져있다고 판단하고 앨범을 구성한 것이다. 거기에 “아이돌” 가수 특유의 신비로움과 고급스러움은 SM이 지향하는 바이며 그 유명한 소녀시대도 멤버 전체가 성인으로 올라서면서 섹시한 여성이 아닌 강인한 여성으로 성인으로서 가수 활동을 했었다. 또한 상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노래 역시 상스럽지 않게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아 언제 어디서든 울려퍼지는 것이 이모저모로 좋기 때문이다.
-f(x) 2집 "Pink Tape"리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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