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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생각/스포츠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차비처럼 생각하고 차비처럼 뛰어라

by anyJ 2014. 11. 19.

요즘은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진 못하지만 단 2년 전까지만 해도 차비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중심인 선수였다.

 

뛰어난 축구 두뇌와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볼 컨트롤 그리고 지팡이 짚은 할머니도 넣을 수 있게 차주는 패스까지

 

그의 재능이 만개하는 그라운드에선 승리와 우승이 뒤따랐고 심지어 세계 최고의 선수 메시도 차비 덕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점유율 승리하고 한잔하는 개그 캐릭터가 되었다.]

 

2014년 11월 18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는 이란이 써 놓은 시나리오 대로 흘러갔다.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선수들 중에서도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메시마저도 겨우 뚫을 수 있던 이란의 수비를 한국축구가 뚫으리라고는

 

아마 축구를 좋아하고 자주보는 팬들이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고 굳이 이란의 홈이 아니었어도 뚫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 축구에 대한 답답함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극적인 동메달을 획득하고

 

2014년 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쌓았지만 모두 안타깝게도 성인 대표팀은 아니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산 탈락과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전글] 감독 잔혹사로 보는 2014 한국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 축구협회는 Again 2002년을 외치며 이용수 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다시 부르며 감독 선임에 나서고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준비를 할 것이라 기대하며 슈틸리케 감독은 평가전을 치뤄왔다.

 

지금까지 이해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선수파악을 하던 슈틸리케는 중동원정 평가전에서 이란을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선언한다.

 

[선수로서는 두말할 나위없는 이력을 가졌지만 감독으로서 이력은 아직 물음표에 가깝다.]

 

이기는 엔트리를 준비한 슈틸리케는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서 2015 아시안컵을 앞두고 펼쳐진 마지막 평가전에서 패배하고야 만다.

 

그리고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일정 수준 이상의 상대를 만나면 답답한 경기를 펼치는 "예의 그 상황"을 반복하면서 졌다.

 

"예의 그 상황"은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이 패스할때 슛하고 슛할때 패스하는 적절하지 못한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플레이가 나오는데에는 다름아닌 공을 잡아주고 배급을 해야 할 "미드필더"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이야기하기로는 기성용, 구자철, 이청용, 박주호 등 걸출한 인재들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지만

 

이들의 역할은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나 측면 혹은 윙어로서 역할이 묶여있다.

 

경기내내 뛰어다니며 중앙에서 공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공을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차비같이 뛰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선수가 없는 이유는 선수들이 하나같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탓도 있지만 체력이 좋지 않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오랜시간 축구철학을 고수한 덕분에 아시아 최고급 대표팀이란 찬사를 얻었지만 그들의 축구를 하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다.]

 

한국의 축구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일정수준의 상대를 만난다.-> 전반 중반 이후까지 실컷 공격. -> 전반 종료무렵 찾아오는 위기 -> 후반 초반 볼점유율 상승 -> ???? -> PROFIT!!!

-> 괜찮아 경기력은 우리가 더 좋았잖아?

 

기성용 선수가 볼 배급을 위해 수비라인까지 내려오지만 기성용선수가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가 없고

 

마치 기성용선수가 멀리 차주길 바란다는 듯이 공격진들은 모두 높이 올라가 있다.

 

공격수를 받쳐 줄 중앙은 텅텅빈채로 상대 선수들이 장악하고 있고 양풀백들에게 공을 돌려 사이드로 활로를 찾아보지만 그 속도는 형편없이 느리며

 

상대도 일정수준이 있는 상대인지라 금방 골라인 아웃이 된다. 운 좋게 뚫더라도 둘러보면 또 다시 공을 줄때가 없거나 이미 상대는 자리를 잡은 상태다.

 

어렵게 공을 잡으면 수비수 세명에게 둘러싸이지만 우리팀 선수들은 골대 근처에만 있다. 얼핏 보면 90년대 말 과도기의 일본 축구를 보는 것 같다.

 

전반 중반까지는 체력이 온전한 상태에서 모두 간격을 잘 유지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부터 이 공수간의 균형은 무너지고

 

중간에서 이 공간을 메워줄만한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다.

 

박주호, 기성용선수는 서로 어긋나있으며 런던 올림픽에서 박지성 선수가 감탄할만한 활동량을 보이던 구자철 선수는

 

부상 이후로 그만한 활동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청용선수는 수비 지역으로 내려오긴 하지만 포지션상 중앙이 아닌 사이드에 쳐져있다.

 

이렇게 중앙이 텅텅비어 여의치 않게 롱볼이던 뻥축구이든 빠른 전개로 이를 극복하면 될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롱볼은 공격진의 움직임과 더불어 수비진의 정교한 패스가 생명인데

 

롱패스로 공격진이 먼저 지침 -> 수비가 공을 끌고다님 -> 수비진 지침 -> 패스부정확 이라는 사이클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만한 활동량을 갖고 좋은 패스 센스와 경기를 풀어줄 선수는 누가 될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하대성과 이명주가 그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패스 센스와 경기를 읽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하대성(좌), 이명주(우)]

 

이 두 선수는 모두 부지런히 움직이고 동료를 사용하며 패스 센스 역시 갖추고 있는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의 선수구성은 기성용 선수 외에 공수 간격을 유지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선수가 없는게 현실이며

 

대부분이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공을 잡으러 내려오기 보다는 빠른 발이나 테크닉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데 더욱 특화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패스는 물론이거나와 중간에서 잘 받쳐줘야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한국을 상대하는 상대팀은 기성용만 잘 묶어두면 해결되는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격과 수비를 이어줄 중간고리가 없다보니 수비는 수비대로 붕괴 공격은 공격대로 고립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혹은 다른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공격 미드필더" 자원 때문에 정작 미드필더로서의 볼 배급의 역할을 잊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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